우연히 조지발란신의 '호두까기인형' 표를 싸게 살 수 있게 되어, 18일 저녁 업무를 부랴부랴 마무리하고 예술의 전당으로 뛰었다.
공연을 실제로 가서 볼 때마다 느끼는 점은 아티스트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흡사 사람이 아닌 존재처럼 움직이고 춤추고 노래하는 걸 보고 있자면 저만큼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피나게 노력했을 긴 시간이 상상되곤 한다.
이번 발레공연도 마찬가지였다. 사뿐사뿐 하늘하늘 요정처럼 춤추는 발레리나들을 보면서 멍하니 감탄하다가도 타이즈 아래로 불거져나오는 다리근육이 눈에 들어오니 마음이 짠해졌다. 특히 아래 요 커플!
사실 호두까기인형은 크리스마스 시즌이 제철인데 한여름에 보려니까 생소하기도 했다. 솔직히 조지발란신이란 사람도 공연장 들어가기 10분전에 알았다는;; 무용에 문외한이랍니다 ㅠㅠ
조지발란신은 '발레계의 모차르트'로 추앙받은, 미국 발레를 이끈 주역이다. 특히 몸의 아름다움과 군무의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평가. 조지 발란신의 호두까기인형은 어린이 무용수들을 활용했다는 점이 특징인데, 아무래도 가족을 중시하는 미쿡 문화에 영향을 받아서가 아닐까 싶다. 듣기로 조지아저씨 버전이 가장 화려하다는 얘기도 있다.
또 타 버전들에서는 1막에서 주인공 마리가 등장한 후 2막에는 등장하지 않고 무대 밖에서 공연을 지켜보는 시점을 택한 반면, 조지발란신 버전은 1,2막 전체에서 마리와 호두까기왕자(?)가 어쨌든 등장한다. (그닥 하는 일은 없다)
알록달록 화려한 무대와 귀에 착착 감기는 짧은 곡들 덕분에 공연은 순식간에 끝난 기분이다. 발레에 삘받은 벵군과 함께 음악분수 앞을 뛰어다니며 동작을 따라하고 놀았다. 근사한 분수에 분위기 좋은 음악까지 나와서 행복지수 만땅 채우고 귀가~!
간만에 마음에 물을 주니까 심신이 촉촉해진다. 문화생활 자주 해야지 ㅎㅅ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