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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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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인 이야기를 뭐 얼마나 여기서 풀 수 있을까 하여 그간 선뜻 일기를 못쓴 거 같다. 사실 내가 글쓰고 싶다는 욕망이 늘 부글거림에도 못썼던 이유 중에는 나의 트라우마(중 하나)가 크다. 큰 일은 아니지만(어린 애 입장에선 큰 일이다) 어머니가 어릴때 나의 방을 뒤져 일기를 읽은 뒤 그 내용을 가지고 비난했다...생각해보면 별 내용도 아니었지만 난 생각과 느낌이 기준에 안맞으면 비난받던 가풍에서 그렇게 자랐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는 온갖 백일장에 나가서 글로 상을 받아와야 했다. 대회에 안나가는 옵션이 없었다. 늘 자랑스러운 딸이어야 했기에. 하지만 생각과 정서의 자유는 없었다. 뭐, 여러가지 많은 일이 있었고, 그런 경험들이 나를 심리상담사로 이끌었다.  모든 경험들이 하나의 스토리로 정리되어 이해 된 것도 8년간 상담을 받으며 성취된 일이다. (근데 아직도 상담에서 다룰 얘기들이 나온다. 허허)

  사실 간만에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치솟은 계기는 아주 오랜만에 학교에 복귀해 박사학위를 밟게 되면서부터이다. 왜 내가 그 오랜 시간 동안 박사에 가고 싶지 않았는가, 왜 그래도 박사를 하고 싶은가가 최근에야 좀 정리가 되면서 내가 왜 이렇게 널뛰기를 했는지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내 상담선생님도 고생이 많으시다. 나의 널뛰기를 지켜보고 가만히 이해하며 내가 나를 수용하게 하는 기막힌 스킬을 가지고 있다. 그걸 내가 받아봤기에 나도 내담자들에게 그것을 줄 수 있다. 상담으로 사람이 바뀌냐 하면 나는 아주 자신있게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대신 아주 많은 돈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헬스로 몸 바뀔 수 있냐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 물론 가능하지. 하지만 아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내가 스스로에게 놀라는 부분은, 겁먹었던 것 보다는 공부가 꽤 재미있다는 것이다. 정서라는 연구주제에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기존 연구프로젝트에 들어가야 해서 자료를 읽는데 너무 재밌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해진다. 내가 미리 겁부터 집어먹고 너무 도전을 늦게 했나... 싶고. 근데 뭐, 미리 도전했으면 그것대로 힘들었을 것이다. 

  최근 애도에 대해 교육받을 기회가 있어 들으면서 정말 자신과 내담자들에 대해 많이 돌아봤다. 아버지에 대해 좀 써보고 싶어졌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아직도 도저히 용서가 안되지만, 동시에 아버지의 죽음으로 내가 아는 세상이 뭔가 깨어지고 나는 삶의 한계라는 것에 대해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박사지원이라는 도전을 감행했다. 이 도전이 나를 어디로 이끌지는 모르겠다. 지도교수님 정년이 머지 않았기에 내가 혹여 임신이라도 하게 되면 교수님과 함께 졸업 할 길도 요원해진다. 하지만 이래도 겁나고 저래도 겁나서 이도 저도 못하는 삶은 좀 그만하고 싶다. 내가 이걸 해서 교수 될 것도 아니지만 그냥 하고 배우고 싶은 것이다. 우당탕탕 하겠지. 실수도 많이 하고 여러 사람 실망도 많이 시킬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요새 L선생님과 같이 프로그램을 만들다가 스톱 되었는데, 첨엔 뭔가 엄청 큰 포부로 시작했다가 적은 보상(이거 생각보다 중요하더이다)을 받기로 되면서 힘이 좀 많이 빠진 상태이다. 하지만 돌아보니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려 하면서 단기간에 공부도 많이 하고, 무엇보다 자기자비에 대한 관심이 아주 커졌다. 나에게 필요한 개념이자 모두에게 필요한 개념이다. 생각해보니 이래 저래 감사한게 많다. 

공부하다 잠깐 생각 좀 써봐야지 하고 왔다가 길게도 적었다. 또 와야지. 글 쓰는거 간만에 너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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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땡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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